트립스테이 체크 아웃을 하고 나온 뒤에 아쉬움에 무작정 걸었어요.
#을지다방 #런닝맨 을지다방 #BTS 을지다방
아침이라 한산한 을지로. 앞에 불 켜진 분홍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어요.
'다방이 아직도 있네...'
어릴 적 동네에서 종종 보던 다방이네요. 딱히 갈 데도 없어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다방은 2층에 있었는데요, BTS(방탄소년단) 사진이 많아서 의아했어요.
BTS가 여기서 커피 한 잔을 하고 가셨나?!
다방이 맞네요. 옛 모습 그대로인 진짜 동네 다방이었어요.
"들어가도 되겠지?"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를 주문했어요. ㅋ
"쌍화차 한 잔 주세요~"
[런닝맨, BTS가 다녀간 을지 다방]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 드셔보세요. 끝내줍니다.
쌍화차는 6,000원입니다.
앗. 테이스터스 초이스...웬지 반가운~~~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보는 쌍화차.
진짜 계란이 들어가 있어요. 오~
제가 아는 맑은 쌍화차가 아닌 여러 가지 재료가 듬뿍 들어간 걸죽한 쌍화차였어요.
신기해서 구경만...호곡....그런데 어떻게 먹는 거지?????
"사장님, 이거 어떻게 마셔야 해요?"
사장님이 직접 제조(?)해 주셨어요. 아...이렇게 먹는 거구나..*.*;;;;;;
사장님 손길을 받은 계란 노른자가 동그란 모양이 되면, 이렇게 떠서 한 입에 쏘옥 드시면 됩니다.
고소한 노른자의 맛이 입 안 가득 느껴져요.
계란 노른자가 없어진 잔 속에 이렇게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 있답니다.
마셔 보니 몸에 좋은 한약 재료의 진한 향이 올라와요. 햐...맛있다.
느껴지시나요? 진하답니다.
을지 다방에서 맛 본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는 단순히 차가 아닌 어려운 시절,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드셨던 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런닝맨, BTS가 다녀간 을지 다방]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 준 한국의 서민 문화
다방은 우리의 엄마, 아빠, 삼촌, 이모들이 이용하던 곳이었어요.
제 나이가 50대 초반인데도, 다방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시간이 지나면 다방은 시대의 유물로 없어져 버렸을 거에요.
자칫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다방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 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한 때 사랑 받았던 작고 소중한 것들 중에 이렇게 소환되면 다행이겠지만, 부름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런닝맨 관계자들, BTS 분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즐거워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하루였어요.
[런닝맨, BTS가 다녀간 을지 다방] 오전 11시까지만 주문 받는 아침 라면
을지 다방 손님들 중에는 차가 아닌 라면을 드시는 분들이 좀 보였어요.
사장님께 여쭤보니 오전 11시까지 라면을 끓여 준다고 하십니다. 마침 아침이라 저도 주문해 보았습니다.
주문을 받으신 사장님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리 봐도 라면 끓이는 곳이 안 보여요.
어맛. 그런데 나옴*.*
라면은 4,000원. 밥은 공짜입니다.
분식집만 가도 그냥 라면이 4,000원인데, 여기는 계란도 풀어주시고 밥도 주시네요.
맛있겠죠?
하...맛있습니다. 다방에서 라면을 먹을 줄이야...여기 라면 맛집이네요.
밥도 말아서 라밥으로 먹어 봅니다.
특히 이 김치. 직접 담그신 거라고 합니다. 역시 중국산 김치와 비교가 되지 않는 맛이예요.
아주 맛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집에서 만든 김치 맛이 납니다. 라밥과 찰떡 궁합이예요.
아,,,배가 터질 것 같아...-.-;;;;;
을지 다방은 40년 된 다방이예요. 오히려 건물이 낡아 다방 자리를 한 번 옮겼다고 합니다.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다방 문을 여셨다는 사장님.
사장님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다방 곳곳에 묻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격변기와 함께 늙어간 이 곳을 보니 마음이 울컥하네요.
을지 다방은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찾은 손님들이 많지만, 우리 동네 다방도 한 번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있을려나...
을지다방 02-2272-1886 |
가볍게 다녀 온 서울 여행에서 만난 을지 다방.
밋밋한 여행에 귀한 추억 하나 만들고 왔어요.
제가 이래서 여행을 포기 못해...-.-
여행을 다니는 것은 마치 추억의 금괴를 찾는 느낌이랄까...
설 연휴입니다.
많이 추운 날이지만, 을지 다방 한 번 다녀오세요^^
해외도 좋지만, 국내 마실(?)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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