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일요일이었어요.
날씨는 흐리지만, 엄마의 잔소리를 못 견디고 KTX를 예약했습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사당역으로, 사당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광명역으로, 광명역에서 오송역으로, 오송역에서 다시 세종시로 2시간이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어요.
이동하는 내내 단 한 번도 울지 않는 착한 흑냥이.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낯선 환경으로 또 한 번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짠하네요.
바깥 풍경이라도 보라고 박스를 받쳐 놨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사진 한 장 건지고, 치워버렸어요.
흑냥이 나이 13살. 어쩌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콩팥 한 쪽이 망가졌거든요. 나머지 한 쪽으로 버터야 합니다.
이렇게 고생한 날은 간식이라도 주고 싶은데, 아픈 신장 때문에 간식도 마음껏 먹을 수 없네요.
제가 사는 곳 구석 구석을 서성이다 현관문쪽만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아...맴찢...
세종시 동물병원이 가까운데다 아픈 엄마보다 제가 옆에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데리고는 왔는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인생이나 묘생이나 참...
편한 곳이 없었는지 다이소에서 산 5,000원짜리 숨숨집으로 들어가더군요.
이렇게라도 잠을 청하는 모습이 다행입니다.
침대 끝에 누워있어요. 조금 편해진 건가?!
"괜찮아?"
이 의자 냄새를 맡더니 바로 누워 버렸어요.
그러고 보니 사무실에서 함께 살 때 이 녀석과 같이 쓰던 의자라 익숙했던 모양이예요.
날씨가 좀 쌀쌀한 것 같아 전기방석을 켜 주었어요.
"좋아?"
쳐다 보니 요래 애교를 부리네요. 고맙고, 기특한 눔..."괜찮아진 거지?"
따수운가 봐요. 사 놓길 잘했네.
갑자기 왜 이래? ㅋ
난리가 났습니다. 장난 좀 쳤더니 혼자 흥분해가지고...아고..귀여워...
이 녀석이 의자를 가져간 덕에 저는 이걸루...-.-;;;;
동물병원은 사람처럼 진료 차트 공유가 안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께 일일히 설명해 드렸더니 신장 사료만 먹이라고 하십니다.
엄마가 하도 간식을 퍼줘서 사료를 안 먹는데 말이죠.-.-
며칠 관찰해 보니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콩팥에 이상이 있긴 있는 모양이예요.
저랑 있으니 예전의 행동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어요. 밥도 못 먹어*.*
오늘은 고양이 반찬? ㅋㅋ
함께 있는 동안 사진도 많이 찍고, 동영상도 많이 찍으려구요.
이 녀석이라도 오래 오래 함께 하고 싶어요.
(주책 맞게 왜 눈물이 나지?-.-)
수요일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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